생리혈이 골반 내로 거꾸로 흘러 들어 자궁 내막증이 생긴다는 ‘이식설’
여성의 70~90%는 월경시에 월경혈이 역류합니다. 다시 말하면 월경혈이 질을 통해서 밖으로 배출될 뿐 아니라
일부가 나팔관을 통해 골반 내로 들어간다는 것인데 이 때 자궁 내막 조직이 월경혈과 함께 골반 내로 흘러들어
간 뒤 골반에 자궁 내막증이 생기게 된다는 가설이 ‘이식설’입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월경혈의 역류를 경험하지만
모든 여성이 자궁내막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는데,
아마도 면역 체계의 이상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자궁 내막증이 생긴다는 ‘면역설’
면역 작용의 일환으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은 정자의 운동성을 저하시키기도 하고 자궁 내막 세포가 골반 내에 잘 이식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면역설은 간단히 말해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고, 바로 이 사이토카인의 작용으로 골반 내로 역류된 월경혈에 섞여 있는 자궁 내막 세포가 골반 내에 이식되면서 자궁 내막증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자궁내막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통을 포함한 골반통이나 요통입니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생리통은 생리가 나오기 전에 시작되며, 생리기간 동안 내내 지속됩니다. 초경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생리통을 겪는 경우도 있으며, 대개 하복부 양쪽에 통증이 옵니다. 이유는 염증이 주위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이식설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은 원인으로 자궁 내막증이 생겼다면, 이식부위에서 부분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며, 깊이 이식되었을 때는 주위 조직이 파괴됩니다. 이것이 통증의 주된 원인이며, 그 밖에 주변 조직과의 유착,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 현상, 월경혈이 고였다가 흡수되면서 주변 조직을 끌어당기는 경우 등에도 통증이 발생합니다. 자궁 내막증은 발생 부위에 따라 요통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자궁 내막증의 정도와 통증의 정도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복강경을 통해 살펴본 결과, 자궁 내막증이 매우 심한 환자였지만 그 동안 아무 증상이 없었던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골반강 내에는 면역 작용을 주로 하는 거식 세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에 걸려 자궁 내막 세포가 골반강 내에 생기면 이것을 정화하기 위해 거식 세포의 활동력이 왕성해지게 됩니다. 활동력이 왕성해진 거식세포는 복강내에 생긴 자궁 내막 세포뿐만 아니라 사정된 정자까지 잡아먹어 불임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또 염증 반응이나 유착으로 인해 나팔관의 움직임이 제약을 받아 난소에서 난자가 배란되기 어려운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자궁내막증이 치료되면 임신률도 높아집니다. 그러나 자궁내막증과 자연유산의 관계는 확실치 않으며 아직 연구중에 있습니다.
복강경이란 배꼽 밑에 약 1cm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고 기계를 넣은 다음 TV 모니터를 통해 육안으로 직접 골반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이며, 치료적 수술이나 조직을 채취하기 위해 복부 좌우에 구멍을 한 두 개 더 뚫기도 합니다. 복강경 수술은 진단과 동시에 시행하게 되는데 유착과 병의 요소를 제거하고 조직을 채취합니다. 부인과적인 진찰이나 환자의 증상을 듣고 심증을 가질 수는 있지만, 자궁 내막증의 진단은 어디까지나 물증이 있어야 합니다. 즉 복강경을 통해 병의 원인이 되는 요소를 확인한 후 일부 조직을 떼어내 조직 검사를 해야만 비로소 자궁내막증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며 자궁 내막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복강경 수술을 하거나 약물요법을 씁니다. 자궁내막증이 많이 진행된 경우, 난소에도 자궁내막증이 생긴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우선입니다. 일부 불임클리닉에서 수술보단 시험관 아기 시술을 많이 권유하지만 이것은 잘못입니다. 먼저 수술 후 자궁내막증의 진행을 차단 후, 일정기간 기다려보고 불임 시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